혜윤이 나영 큐레이터의 멘트를 쓸 수 있게 된 건, 며칠 후, 그 주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피곤이 가시지 않아, 카페에 커피를 주문하러 발걸음을 옮기다가 한 노부부가 작품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걸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혜윤이 먼저 인사했다. 이 갤러리 큐레이터이며, 작품 감상하고 계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작품을 설명해 드려도 되겠냐는 말에 노...
평소와 같이 갤러리로 출근하여 복장을 검토하던 혜윤은 거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복장 속, 제 가슴 쪽에 위치한 명찰이 왜 이렇게 어색하고 잘못된 기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큐레이터와 달리 적힌 글자는 ‘강혜윤’ 단 세 개뿐인 그 명찰이, 어쩐지 어제와는 달리 무겁게 느껴져 혜윤은 한참을 거울 앞에서 명찰만 보고 있었다. 자신이 좋...
“이 작품은 선호 작가님께서 이번에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작품이랍니다. 늘 맑게 표현하던 색감을 조금 탁하게 만들어 스산한 느낌을 나타낸 부분에서 특히 좋아하셨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작가님은 예쁘고 맑은 색상을 주로 사용하시거든요. 이 전시장에 있는 작품 중 지금 보고 계신, 기온이라는 작품이 가장 무거워요.” 선우는 멍하니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림을 자세하게 보고 싶다는 마음에 선우는 썸네일을 클릭했다. 해당 글 내용은 간결했다. 영화나 드라마 제목. 해당 장면 설명. 본인이 그린 그림이라며 스케치 한 장, 완성 한 장. 그런데 그 글이 어쩐지 너무 무거워서 선우는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계속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그 화면 속 자신이 본인에게는 어색하다는 사실도....
언제부터였을까. 선우의 휴대폰이 울리지 않게 된 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며, 선우는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틈만 나면 오디션을 보고 있으면서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리라. 오디션을 보고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건, 배우에게 있어서는 사형 선고 같았으니까. 데뷔하고 어느새 6년 차. 이제 주연 급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
* PTSD 올 수 있으니, 심신이 지친 사람은 보지 말 것. 눈을 떠도 시계를 찾지 않는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궁금하지도 않다.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의 정체도 궁금하지 않다. 낮이라서 인지, 밤이라서 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의자를 하나 가져다 두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하는 건 없다. 가끔은 새어 나오는 빛을 보...
언제부터였을까. 네가 나에게 하는 말 중, 거짓말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차리기까지는 꽤 오래 걸린 것 같지만, 알아차리고 나서 보니, 이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네 거짓말을 처음 알아차린 건, 한 두 달 정도 전이었다. 피곤하다며 일찍 자겠다더니, 여기가 네 침대인가 싶었다. 너는 여기가 내 회사 근처라는 것도 잊고서 저렇게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고...
* 트위터의 '글러가 실력을 숨김(@amazing_0101)' 님께서 진행하는 매일 짧은 글 소재입니다.* 이미 이전, 트위터에 작성한 글을 단편으로 추가 작업하여 업로드 합니다.(https://twitter.com/arie_mot/status/1567915950397345794)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다.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을 잠시 쉴 때, 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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